Take My Cherry : Nak Beom Kho Solo Exhibition


순수를 드립니다. : 고낙범 개인전
Opening 2014.4.19(Sat), 5pm
Schedule 2014.4.19-5.17


예술가는 자기가 속한 시대가 갖는 고유한 시각적 가능성들에 반응한다. 어느 시대라도 모든 시각적 해석이 가능할 수는 없으며, 시각적 해석은 제 고유의 시대를 반영한다. 화가는 동시대의 시각적 역사를 인지하여 자신만의 방식으로 캔버스에 재현한다. 미술사는 한 시대를 아우르는 화가의 시각을 명명命名한다.

고낙범은 모나드Monad와 색에 대한 연구에 천착해 왔다. 2004년 시작한 <신화적 모나드Mythological Monad>에서 작가는 사과, 자두, 포도 같은 과일의 형태가 가진 기하학적 반복성을 캔버스에 담는다. 모나드는 반복적 확장을 통해 자연의 무한성을 구현한다. 색은 고낙범의 작업에서 작가가 만들어낸 하나의 체계로 작용한다. 빨강 옆 농담이 다른 빨강을 두는 구도로 캔버스가 하나의 빨강 덩어리가 된다. 사진은 명암 차이로 하나의 형태와 다른 형태를 구분하는 반면, 고낙범은 빨강의 뉘앙스 차이를 시각화한다. 로지 레드, 차이나 레드와 같은 수많은 빨강들이 캔버스를 메운다.

코너아트스페이스의 강남대로를 향한 커다란 윈도우에 작가는 Take My Cherry로 뒤덮인 붉은 벽을 만든다. 영어표현Take My Cherry는<순결을 바치다>를 의미한다. 작가가 자신의 순결을 가져가라고 공표한다. 성형외과 건물이라는 전시장의 문맥을 전유하여, 전시장은 성을 파는 상점이 되고 작가는 순결의 체리를 판다. 세 점의 붉은색 회화 <체리 레드Cherry Red>에서 체리들은 적혈구 같은 형상을 이룬다. 원근법이 소실된 공간, 붉은색 핏덩어리들은 캔버스 위를 떠돌아다닌다. 전시장은 홍등가 창문처럼 욕망의 바다를 이룬다.

전시장을 들어서면 관객은 기대치 않았던 질서 하나를 발견한다. <체리 레드>의 캔버스의 배경 벽을 사선의 초록색 사각형으로 배치한 것이다. 초록색 벽과 강렬한 보색 대비를 이루며 넘쳐나던 붉은 욕망은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한다. 전시장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세계에서 끝없이 생성하고 쇠퇴하는 에너지를 담아 하나의 새로운 균형을 만들어낸다.

고낙범은 모노크롬 회화에서 자신의 눈으로 포착한 색채 체계 안에 세계의 질서를 가져온다. <뮤제 퍼스널 MUSEe Personnel> 연작에서 미술사적 명화를 색의 띠로 분석하거나, <초상화 미술관> 연작에서 인물의 특정한 정체성을 각기 다른 단색조로 표현한다. <순결을 드립니다>展에서 고낙범은 적혈구 덩어리로 상징되는 욕망과 체리로 상징되는 순결을 통해 한국의 잃어버린 순수에 대해 질문한다. 그러기에 고낙범의 작업은 관념적인 듯 하며 현실주의적이다. 순수란 무엇이며, 어떤 식으로 존재했던 것일까.

글: 양지윤


작가 소개

고낙범 (b.1960)은 홍익대학교 회화과와 동대학원 졸업 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학예연구원으로 활동한 바 있으며, 현재 전업작가로 활동 중이다. 작가의 회화 작업은 인물이나 피부 조직, 과일을 단색의 기하학적 표상 색으로 새로운 체계 안에서 해석한다.
1990년대부터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작가는 최근 스페이스 C(2010)와 리안갤러리(2007)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고, 후쿠오카시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쌈지아트스페이스, S-AIR(삿포로), 부산시립미술관, 송원아트센터, 대림미술관 등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